[방민준의 골프세상] 현명한 골퍼의 겨울나기

▲사진=골프한국

겨울 골프 시즌으로 접어들었다. 정확한 볼 컨트롤, 섬세함의 극치를 요구하는 그린 플레이, 그리고 화사한 날씨와 생명 넘치는 자연을 즐기는 골퍼들은 부상이나 스윙의 변형을 우려해 겨울 골프를 마다하며 체력 보강이나 인도어 연습장에서의 기술 연마에 주력하지만 계절에 상관없이 언제나 골프장으로 달려나가겠다는 골수 골프광들은 골프장이 휴장을 하지 않는 한 겨울 골프를 사양하지 않는다.

혹한기에도 골프장을 찾는 골프매니아는 늘어나고 있지만 겨울 골프를 제대로 즐기는 사람은 찾기 어려운 것 같다. 겨울 골프를 절대 사절한다면 몰라도 겨울에도 골프를 하겠다고 나섰다면 철저하게 겨울 골프를 즐기는 자세와 요령을 터득할 필요가 있다.

겨울 골프를 즐기는 제1의 원칙은 불평을 하지 않는 것이다. 겨울골프장은 모든 게 정상적이 아니다. 추위와 눈, 바람을 만나기 일쑤고 페어웨이나 그린도 정상적이 아니다. 몸도 추위에 움츠러들어 평소 실력의 60%를 발휘하기도 어렵다. 그러니 라운드 조건이나 스코어 등에 불평불만을 갖지 말아야 한다.

동시에 동반자들에 대해선 보다 너그러운 자세를 가질 필요가 있다. 정상적인 플레이가 불가능하니 동반자들도 짜증과 불만에 휩싸일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혹한기에 라운드하면서 멀리건이나 오케이에 인색하다면 동반자들이 좋아할 리 없다.

두 번째 겨울 골프에서만 통하는 노하우와 기법을 터득하고 즐길 줄 알아야 한다. 땅이 얼어 있으니 바운스는 예측불허다. 잘 맞은 볼이 불규칙 바운스로 OB가 되는가 하면 위험하게 날아간 볼이 행운의 바운스로 깃대 가까이 붙는 경우도 생긴다.

무엇보다 그린 부근에서의 어프로치샷은 높이 띄우는 것보다는 굴리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다. 한겨울에도 싱글 스코어를 유지하는 고수들의 비결은 바로 굴리는 어프로치샷에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더라도 바운스는 운에 맡기는 수밖에 없다. 예측할 수 없는 바운스의 결과에 일희일비하는 것 또한 겨울 골프의 재미이기도 하다.

특히 얼어붙은 그린은 많은 고민을 안긴다. 대개 그린에 볼을 올리면 훌쩍 지나가버리지만 양지 바른 그린은 의외로 쿠션이 있다. 오전이냐 오후냐, 양지바른 곳이냐 응달진 곳이냐에 따라 그린 상황은 판이하다. 주변 상황에 따른 매우 치밀한 상상력 발휘를 요한다. 옷을 껴입고 몸도 위축돼 정상적인 스윙이 불가능하므로 4분의 3 스윙이나 펀치 샷을 익혀 볼이 앞으로 구르게 하는 샷을 구사하는 것도 현명한 방법이다.

세 번째 적당한 음주를 마다하지 않는 것이다. 따끈한 정종 한 잔과 어묵 국물은 겨울 골프의 묘미다. 간혹 휴대용 술병에 코냑이나 위스키를 담아 라운드 중에 두어 모금씩 나눠 마시는 골퍼들도 있는데 이 정도의 음주는 가슴을 따뜻하게 덥혀주어 추위를 이기는 데 도움이 된다.

악조건들을 헤치며 최선을 다하는 것이 겨울 골프의 묘미라면 스코어에는 신경을 꺼놓는 것이 상책이다. 악조건 속에 최선을 다했다는 데서 쾌감을 찾아야지 그 결과에 라운드의 성패를 따진다면 겨울 골프는 고통일 수밖에 없다.

납득할 수 없는 스코어로 겨울 골프가 싫어진다면 이렇게 자문해볼 일이다.

“혹시 나는 겨울에 꽃을 피우겠다고 욕심 부리고 있는 것은 아닌가?”

온실 안이 아니고선 겨울에 식물이 꽃을 피울 턱이 없다. 사람이라고 다를 이유가 없다. 겨울에 평소 스코어를 내겠다는 건 겨울에 꽃을 피우겠다는 것과 다를 바 없는 지나친 욕심이다.

체질적으로 추위에 약하고 변칙적인 플레이로 스윙이 무너지는 것을 염려해 필드를 찾지 않더라도 골프채만은 놓지 말 것을 권한다. 골프채를 놓아버리면 이듬해 봄은 그야말로 잔인한 계절이 되기 십상이다.

골프의 토대가 허술한 사람이나, 보다 업그레이드 된 골프 세계로의 진입을 원하는 사람에겐 오히려 겨울이 절호의 기회다. 필드행을 자제하고 연습장을 열심히 찾아 자세를 교정하며 나쁜 버릇이나 습관을 없앤다면 내년 봄은 예전과 전혀 다른 봄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