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순용의 골프칼럼] 드라이버 비거리와 골프 경기력

▲PGA 투어 장타자이자 남자골프 세계랭킹 1위인 브룩스 켑카와 2위 로리 맥길로이. LPGA 투어 장타자인 전 세계여자골프랭킹 1위 박성현 프로. ⓒAFPBBNews = News1

주말 골퍼들 사이에는 스코어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드라이버의 비거리다. 특히 나이가 들어가면서 더욱 그렇다. 처음 만나서 라운딩 하는 관계라면 아마추어에게 드라이버 비거리는 묘한 자존심을 발동하게도 한다.

하지만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R&A가 발표한 영국 남자 아마추어 골퍼의 평균 드라이버 비거리는 213야드라고 한다. 또 아마추어 핸디캡과 비거리의 연관성에서는 핸디캡이 낮을수록 평균 비거리가 많이 나간다. 핸디캡 6~12의 상급자는 평균보다 10야드 이상, 핸디캡 6이하의 아마추어 골퍼는 30야드 이상 더 나가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상대적으로 체격이 왜소한 동양인의 평균 비거리는 이보다 덜 나간다고 보아야 타당할 것이다.

PGA 투어 선수 188명을 대상으로 한 2019년 시즌 경기의 모든 드라이버 샷에 대한 비거리 평균은 286야드이다(라운드당 특정 2홀에서 계측한 결과는 295야드). 이 부분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10년 시즌의 평균 282야드(288야드)와 비교하면 10년간 평균 드라이버 거리가 4야드 정도 증가했음을 알 수 있다.

반면 LPGA의 선수들이 보여주는 드라이버 비거리 변화는 PGA 선수들과는 사뭇 다르다. 2019년 시즌 전체 선수의 평균 비거리는 259야드로, 10년전의 비거리 평균 247야드보다 12야드 이상 크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물론 통계적 기준에 따라 다소의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확실한 것은 LPGA의 최근 경향은 드라이버 거리가 크게 증가한 것이 사실이다.

드라이버 비거리와 골프 경기력의 상관관계 가운데 흥미로운 점 한가지는 우승한 대부분의 선수들은 시즌 PGA, LPGA 드라이버 비거리 평균보다 훨씬 더 나간다는 사실이다. 결국 투어에서 우승을 하고 투어에서 좋은 성적을 유지하기 위한 필요조건으로 드라이버 비거리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할 수 있다.

특히 PGA와 LPGA 투어 상위권 선수들의 면모를 보면 장타자들이 많이 눈에 띈다.

2019시즌 PGA 투어 시합의 우승자가 39명이나 된다. 대회 수가 46개임을 감안하면 얼마나 치열한 우승 경쟁을 펼치는지를 알 수 있다. 이중 시즌 3승을 한 선수는 로리 맥길로이와 브룩스 켑카로, 둘 모두 대표적인 드라이버 장타자임을 감안하면 경기에서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해서 충분한 비거리 확보 능력이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보면 여자 세계랭킹 1위에 있는 고진영 선수가 LPGA 투어 평균 정도의 비거리를 보이는 것이 이상할 정도이다. 과거 여자 골프의 세계랭킹은 PGA와 달리 퍼팅 순위와 거의 유사한 경향을 보였다. 그러나 최근엔 드라이버 비거리가 PGA와 마찬가지로 LPGA 투어에서도 경기력에 큰 영향을 주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박성현, 아리야 주타누간, 렉시 톰슨 등이 대표적이다.

2002년 USGA와 R&A가 드라이버 성능 극대화를 제한하는 규칙 제정에 합의한 이후 드라이버 비거리의 증가 추세가 크게 완화된 것을 고려하면 LPGA 선수들의 비거리 증가는 클럽의 발전보다는 스윙의 기술과 체력적인 요인이 더 크게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장비를 제조하는 회사들은 드라이버의 반발계수가 제한됨으로써 클럽 페이스면의 재질에 대한 연구보다는 스윙기술에 영향을 주는 것들에 관심을 가졌을 것이다. 즉, 헤드에 최대 토크를 전달하기 위한 공기역학적인 설계와 샤프트 연구에 집중하게 되었을 것이다.

동일한 체력 조건과 정확한 임팩트가 이루어진다는 가정하에 드라이버 비거리에 영향을 주는 요인은 두 가지로 분류할 수 있을 것이다.

우선 드라이버의 세팅이다. 선수의 스윙스피드를 극대화하는 샤프트의 길이와 강도, 헤드사이즈와 형상, 드라이버의 무게중심과 토크, 킥포인트 등을 스윙 특성에 부합하도록 최적화하는 것이다.
선수에게 있어 이러한 전문적인 세팅 문제는 의외로 중요하다. 하지만 아마추어의 경우 이러한 요인들을 자신의 스윙과 체격에 맞도록 설정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 한국은 이러한 전문 피팅샵이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며, 아마추어가 피팅클럽을 사용하려는 노력을 거의 하지 않기 때문이다.

비거리에 영향을 주는 또다른 요인은 선수가 가진 스윙과 체격적인 조건에서 오는 클럽헤드의 가속능력이다. 물론 최적의 스윙아크를 만들고 임팩트시 지면반발력을 극대화하며, 적절한 AOA(Angle of attack)를 만들어 스핀을 줄이는 등에 대한 골프 기술적 요인을 훈련하는 것은 과학적인 계측장비가 동원될 필요도 있으며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한다.

전자는 골프클럽의 문제이고 후자는 선수의 스윙 기술에 대한 문제이다. 드라이버 거리를 늘리기 위한 스윙 기술을 몸에 익히는 데는 클럽을 세팅하는 것보다 더 많은 시간과 시행착오를 겪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스윙의 변화는 골프경기력의 다른 요인들과 매우 밀접한 관계를 가지므로 드라이버 거리를 늘리기 위한 노력의 첫 번째는 스윙기술보다는 드라이버 세팅의 문제를 최적화하는 노력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사실 많은 투어 선수들이 비거리 증가를 원하며, 대부분 자신의 평균거리에서 10~15야드 정도가 더 나가면 좋겠다고 답한다. 이 정도 거리는 자신의 스윙 변화없이 클럽 세팅의 최적화를 통해서도 가능할 것이다. 다만, 이미 이러한 최적화가 이루어졌다면 피트니스를 강화한 체력적인 부분에 시간을 투자할 것인지, 스윙의 기술을 보완할 것인지에 대해서 고민해 보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