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민준의 골프세상] 꽃 피울 일만 남은 임성재와 김주형

▲2020년 싱가포르 오픈에서 저스틴 로즈와 동반 경기한 김주형 프로. 사진제공=팀에이스스포츠

PGA투어 임성재(22)와 아시안투어 김주형(18)의 새해 걸음이 산뜻하다.

골프의 본새나 성장세로 보아 두 선수가 비범한 재목임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러나 이렇게 빨리 뿌리를 든든히 내리고 비 온 뒤 죽순 자라듯 고속성장하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임성재의 경우 신인으로서 우승컵을 안은 선수들을 제치고 지난 시즌 PGA투어 신인왕을 차지했다는 사실만으로 주목받을 만했다. 지난 12월 호주 멜버른에서 열린 프레지던츠컵에서의 대활약은 그에 대한 믿음을 확고히 하는 계기가 됐다.

새해 들어 소니오픈과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대회에서 계속 상승기류를 타 개화가 가까워지고 있는 분위기다.
소니오픈에서 공동 21위에 오른 임성재는 이어 미국 캘리포니아주 라킨타에서 열린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챔피언십에서 탑10에 들며 우승을 위한 예열이 충분히 되었음을 보여주었다.

앤드류 랜드리(31·미국)가 우승한 이 대회에서 임성재는 최종합계 18언더파 270타로 미국의 리키 파울러(31), 앤드류 퍼트남(30) 등과 공동 10위에 올랐다. 이로써 임성재는 2019~2020시즌 톱10 횟수를 3경기로 늘리고 페덱스컵 랭킹도 9위에서 7위로 끌어올렸다.

특히 임성재는 이번 대회에서 위기에서 슬기롭게 벗어나는 뛰어난 바운스백 실력을 발휘, PGA투어 정글에서의 생존능력을 입증했다.
예를 들어 그는 둘째 날 후반 1번 홀에서 보기를 범하며 불안한 출발을 했으나 4, 7, 9번 홀에서 버디를 잡아냈다. 셋째 날과 마지막 날에도 보기를 범한 뒤 곧바로 타수를 줄여 뛰어난 위기탈출 능력을 보여주었다.

지난해 아시안투어 파나소닉 오픈에서 우승하면서 올 시즌 풀 시드를 받은 김주형은 시즌 개막전부터 ‘10대 돌풍의 주인공’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홍콩오픈에서 1, 2라운드를 지난해 디 오픈 우승자 셰인 로리(32·아일랜드), 2019시즌 아시안투어 상금왕 재즈 제인와타난넌드(25·태국)와 한 조로 경기했다.

18세라는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경기능력이 견고했다. 대선수들과 경기하면서도 주눅 들지 않고 뛰어난 사교성으로 경기 흐름을 주도할 줄 알았다. 그는 최종합계 6언더파로 공동 18위로 톱10에는 들지 못했으나 나쁘지 않은 출발을 했다.

그는 JGTO와 아시안투어 공동으로 16~19일 싱가포르 센토사GC에서 열린 SMBC 싱가포르오픈에서 당당히 4위에 오르며 상위 5명에게 주어지는 디 오픈 출전권을 확보했다.

아시안투어 측이 대회 직전 “SMBC 싱가포르 오픈에서 갤러리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길 선수”라고 그를 소개했는데 적중한 셈이다.
저스틴 로즈, 헨릭 스텐손, 매트 쿠차, 전년도 챔피언 제인와타난넌드 등 24개국 156명의 선수들이 출전한 이 대회에서 김주형은 톱 플레이어들과 당당히 우승경쟁을 벌였다.

1라운드를 4언더파로 공동 3위로 출발한 김주형은 2라운드에서 5언더파를 쳐 합계 9언더파로 공동 2위까지 치고 올라갔다. 3라운드에선 4타를 줄여 13언더파 공동 3위를 지켰다. 마지막 라운드에서 타수를 줄이지 못해 우승자 맷 쿠차(41·미국)에 5타 뒤진 4위로 마쳤다.
저스틴 로즈(잉글랜드)가 2위, 지난해 우승자 재즈 재인와타난넌드가 3위에 올랐다.

두 선수는 공통점이 많다.

몸집이 있어 샷에 중량감이 느껴진다. 스윙은 무리 없이 부드럽다. 비거리에 대한 압박감도 없다. 성격이 좋아 위기에 빠져도 금방 벗어날 줄 안다. 캐디나 동반자, 갤러리들과의 소통도 원활해 항상 얼굴이 편안하다.

임성재는 바다에서 솟구치는 돌고래, 김주형은 황야의 무법자 무소를 연상시킨다. 그만큼 돌파력 뚝심이 있다는 의미다.

올 7월 13~19일 영국 잉글랜드 켄트지역 해안가의 작은 도시 샌드위치에 자리 잡은 로열 세인트 조지GC에서 열리는 제149회 디 오픈에서 임성재, 김주형이 어떤 활약을 펼칠지 지금부터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