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민준의 골프세상] 억세게 운 좋은 조아연에게 주어진 숙제

▲골프선수 조아연 프로가 2020년 유럽여자프로골프투어 호주 레이디스 클래식에서 단독 2위로 마쳤다. 사진제공=Golf Australia

2019년 KLPGA투어 신인왕 출신 조아연(19)에게 2020년은 매우 특별할 해가 될 것 같다.

지난 겨울 뉴질랜드 북섬에서 2개월 가까이 전지훈련을 해온 조아연은 내친김에 호주에서 열린 LPGA투어 2개 대회와 LET(유럽여자투어) 1개 대회에 연속 참가, 귀중한 경험과 함께 값진 수확을 올렸다.

KLPGA투어 신인왕 자격으로 이들 대회에 초청된 조아연은 매번 우승 후보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고 LET 대회에선 우승하지 않고도 우승 상금을 챙기는 행운까지 누렸다.

LPGA투어 ISPS 한다 빅(Vic)오픈과 ISPS 한다 호주여자오픈에서 3라운드까지 선두와 2위로 나섰다가 마지막 라운드에서 뒷심을 발휘하지 못하고 각각 공동 16위, 공동 6위로 주저앉아 LPGA투어 직행티켓을 거머쥘 절호의 기회를 놓쳤지만 그로선 천금을 주고도 체험하기 어려운 귀한 담금질을 한 셈이었다.

호주여자골프투어와 LET 공동주최로, 호주 남동해안 뉴사우즈 웨일즈주 본빌에서 열린 제프 킹 모터스 호주 레이디스 클래식에선 선두와 8타 차 준우승을 하고도 3만6,000유로(한화 약 4,800만원 상당)의 우승 상금을 받았다.

압도적인 기량으로 우승한 호주 시드니 출신의 스테파니 키리아쿠(19)가 아마추어이기 때문이다.

마스터 오브 아마추어 챔피언십, 퀸즈랜드주 및 빅토리아주 아마추어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그는 2위 조아연에 무려 8타 차이로 우승, 호주에선 LPGA투어의 이민지, PGA투어의 애론 배들리의 뒤를 이을 선수로 주목받고 있다.

조아연과 동갑이지만 아마추어로 프로대회에서 8타 차로 우승했다는 사실만으로도 프로투어에서 그의 활약이 기대되고 있다.

조아연에게 뉴질랜드 전지훈련에 이은 이번 호주의 3개 대회 참가가 무엇보다 값진 것은 자신의 취약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는 점일 것이다.

2018년 9월 월드 아마추어팀 챔피언십 개인전 1위, 단체전 3위에 오른 그는 2018년 KLPGA투어에 적을 올린 후 승승장구했다.

2019년 4월 롯데렌터카 여자오픈과 9월 OK저축은행 박세리 인비테이셔널 대회 우승을 비롯해 2위에 한 차례, 3위에 두 차례 오르는 등 잘 나갔다. 한국계 LPGA투어 선수들과 KLPGA투어 선수들간의 대항전으로 치러진 오렌지라이프 챔피언스트로피 박인비 인비테이셔널 대회에서도 KLPGA팀이 우승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2020년 시즌 목표를 3승으로 세울 만큼 의기양양할 만했다.
그러나 큰물에서 그의 취약점이 드러났다.

첫 라운드에서의 상쾌한 출발, 스트레스를 받지 않으며 즐겁게 라운드를 펼쳐나가는 능력은 LPGA투어 선수들에 뒤지지 않았다. 오히려 앞서는 느낌마저 들었다.

그러나 마지막 라운드에서 조아연은 그 전의 경기 리듬을 이어가는 데 실패했다. 처음 참가하는 해외에서의 LPGA투어, LET 대회라는 강박관념이 없지 않았겠지만 공통적으로 같은 현상이 되풀이되었다는 것은 가벼이 넘길 사항은 아닌 것 같다.
쉽게 경험 부족, 뒷심 부족으로 돌릴 수도 있겠지만 세 번 연속 찾아온 기회를 한 번도 움켜잡지 못했다는 것은 그만의 취약점이 있다는 얘기다.

혹독한 전지훈련만으로 해결되지 않은 문제점을 찾고 그 해답을 찾는 것은 전적으로 조아연이 할 일이다. 아마도 그 답은 정신적인 데서 찾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