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순용의 골프칼럼] 김효주 기록을 통해 본 ‘LPGA 최고의 숏게임 선수는?’

▲LPGA 투어에서 활약하는 김효주 프로. 사진제공=P. Millereau/The Evian Championship

프로 투어에서 언더파를 기록하기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 중 하나는 그린 적중률(GIR)이다.

그런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2019년 시즌 상금순위 톱10에 들었고, 평균타수 부문 2위인 김효주(25)의 GIR은 67.6%를 기록했다. GIR 순위 97위로 하위권에 속한다. 한마디로 아이언 샷 공략이 좋지 않았을 확률이 매우 높다.

시즌 상금 순위를 비롯한 평균타수 등 LPGA 성적 상위 톱10에 들어가는 선수로서는 흔하지 않은 기록으로 생각된다.

그럼에도 김효주의 시즌 평균 타수는 69.408타로, 이 부분 1위 고진영(25)과 큰 차이가 없는 2위를 기록했다. 실로 놀라운 결과이다.

대개 시즌 평균 타수는 선수의 전반적인 경기력을 보여주는 가장 직접적인 평가 지표이며 상금, 세계랭킹 등의 순위와 매우 유사한 연관성을 가진다.

물론 미국프로골프(PGA) 투어는 이 부문에 대한 LPGA와 통계적 양상이 다르다.

시합 때 코스 세팅이나 난이도가 다르기 때문에 PGA와 LPGA 선수들의 경기 기록을 직접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지만, 2019시즌 평균타수 상위 10명의 성적을 비교할 때 PGA 선수의 GIR 평균은 68.54%인데 비해 LPGA 선수들의 경우는 74.45%로 훨씬 높다.

그럼에도 PGA 선수들의 시즌 평균 타수는 69.666인 LPGA 선수들에 비해 더 좋은 69.467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패턴은 PGA와 LPGA 투어 전체 선수로 확장하면 더 뚜렷해진다. 즉, PGA 선수들의 그린 적중률이 LPGA 선수들 보다 낮아도 경기 성적은 더 좋다는 것이다.

이것은 PGA 선수들이 경기하는 코스 조건이 LPGA에 비해 어렵고, 그린 사이드에서의 경기 능력은 LPGA 선수에 비해 더 뛰어나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보여준다(숏 게임 측면에서).

반면, 그동안 시즌 상금 순위가 높거나 혹은 70대 미만의 시즌 평균타수 성적을 낸 LPGA 선수들은 대부분 GIR 평균이 75%를 전후한다.

하지만 김효주는 PGA 상위 10명의 GIR 평균과 비슷한 수준에서, 결국 PGA 상위권 선수들과 유사한 패턴의 숏 게임 경기를 했다고 볼 수 있다.

다시 말해 김효주는 LPGA의 다른 선수들보다 월등한 그린 사이드 벙커 샷 능력과, 스크램블링(Scrambling) 능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칩샷 능력과 퍼팅의 실력을 겸비하고 있다고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세계랭킹 1위인 고진영이 그린 적중율 부분에서 80%에 가까운 압도적인 1위인 것과 김효주를 제외한 상위 10위 선수들 모두 75%를 전후한다.

반면, 김효주는 고진영보다 무려 12% 가까이 낮은 그린 적중률을 보인다. 이것은 경기력 관점에서 보면, 고진영에 비해 72홀 경기에서 온 그린 하는데 약 9번의 샷을 더하고도 최종 경기 결과는 같은 타수를 만들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이것은 고진영과 GIR 퍼팅에서 보이는 통계적인 경기력의 차이를 감안한다고 해도 약 8.6번의 그린 사이드 어프로치 샷을 실수 없이 파 세이브 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즉, 고진영과 같은 평균 타수를 보이기 위해서는 라운드당 그린을 놓친 6개 홀에서 0.5개 이내의 보기를 해야 한다.

특히 라운드당 평균 퍼팅 수 부문에서 2위인 노무라 하루(일본)의 28.65와는 1타 이상의 차이를 보이는 27.59인 것이 김효주의 압도적인 숏 게임 경기력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것은 순수하게 퍼팅 능력만을 평가하기 위한 온 그린 시의 평균퍼팅(GIR 퍼팅)과 비교하여 어프로치 능력을 함께 보여주는 통계 지표다.

김효주와 같은 수준의 그린 적중율을 기록한 안젤라 스탠포드(미국)와 리네아 스트롬(스웨덴)의 시즌 평균 타수는 72타 이상이며, 평균 퍼팅 수는 30 이상을 기록했다. 즉 한 라운드에서 동일하게 그린을 놓친 조건에서 홀아웃 하는데 있어 이들은 김효주보다 약 3타를 더 친 셈이다.

김효주와 스탠포드, 스트롬의 GIR 퍼팅 수준을 통계적으로 반영하여 그린 사이드 어프로치의 차이를 통계적으로 추론해 보면, 약 1.2타 정도의 차이를 보인다. 한 경기 4라운드 기준 어프로치에서만 5타의 통계적인 차이를 가질 수 있다.

좀 더 이해를 돕기 위해 라운드당 어프로치 횟수를 기준으로 파 세이브 능력으로 바꾸어 비교해 보면, 똑같이 그린을 놓칠 경우 파 세이브 할 확률은 김효주가 두 선수보다 20% 이상 높다고 이해할 수 있다.

▲벙커샷을 하는 LPGA 투어 멤버 김효주 프로의 모습이다. 사진제공=Courtesy of The PGA of America

김효주의 그린 사이드 숏 게임 능력 가운데 샌드 세이브율은 유소연(30)과 더불어 PGA의 시즌 평균타수 상위 10명이 기록한 평균 55.8%보다 훨씬 높은 62%대를 기록했다. 시즌 경기에서 중요한 순간 공이 벙커에 들어갔을 때 벙커 세이브는 선수의 심리적인 자신감과 안정을 주는데도 많은 기여를 했을 것이다.

김효주의 그린사이드 숏 게임 능력을 보다 구체적으로 비교하기 위해 새로운 통계적 요소를 정의하면, 한 라운드에서 18홀 모두 온 그린 했다고 가정하고 선수의 GIR 평균 퍼팅 수를 18홀로 환산한 총 퍼팅 수에서, 실제 온 그린에서 실패했을 때를 포함하고 있는 시즌 평균 퍼팅 수와의 차이(S-Factor)를 보는 것이 편하다.

차이가 클수록 어프로치 능력이 뛰어나다고 볼 수 있는데, 이 경우 대부분 선수는 2.5 이하를 기록하는 반면 김효주는 3.352를 나타낸다. 전인지 선수가 2.992, 리디아 고 선수가 2.836을 기록해 2019년 기준 그린 사이드 숏 게임이 강한 LPGA 3인의 선수로 볼 수 있다.

PGA 상위 10명의 평균은 2.57로 LPGA 상위 10명의 평균보다 다소 높다. PGA 시즌 평균타수 상위 10명 가운데 가장 높은 선수는 김효주와 유사한 그린 적중률을 기록한 토미 플리트우드(잉글랜드)로 3.114이나 김효주에 비해 높지 않다.

그린 사이드 어프로치 샷의 핵심은 홀 컵에 넣거나 붙이기 위해 볼의 스피드를 어떻게 제어할 수 있는가가 핵심이다. 난이도가 높은 샷일수록 스핀이나 범핑에 의해 볼의 스피드를 급격히 줄여야 하거나, 홀까지의 짧은 거리에서 클럽의 헤드 스피드를 높여야만 하는 샷이다.

그러나 그린사이드 어프로치 샷의 70% 정도는 난이도가 높지 않은 샷이 많다. 그럼에도 선수들이 하는 샷 루틴의 평균 시간이 다른 샷에 비해 가장 많이 소요되는 샷인 만큼 골프에서의 숏 게임에 대한 중요성은 그만큼 높다.

지난 시즌 김효주의 경기력 지표를 보면서 그린 사이드 숏 게임이 선수의 경기 결과를 결정짓는데 얼마나 중요한 지를 다시 알 수 있었다.

김효주가 2017년에 비해 2019년 시즌에 가장 성장한 부분은 그린 주변 숏 게임 능력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만일, 김효주가 지금의 숏 게임 능력을 유지하면서 그린 적중률이 75% 수준에 도달한다면, 당연히 세계 최강의 선수가 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