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민준의 골프세상] ‘밸런스’를 깨달은 뒤 나타난 스윙의 변화

▲전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골프 스윙을 가진 선수들 중 한 명으로 꼽히는 남자골프 세계랭킹 1위인 로리 매킬로이가 2020년 5월 이벤트 자선 경기인 ‘테일러메이드 드라이빙 릴리프’ 때 페어웨이에서 샷을 하는 모습이다. ⓒAFPBBNews = News1

균형, 안정, 평정, 조화, 저울, 잔고 등을 의미하는 영어 ‘밸런스(balance)’는 둘을 의미하는 ‘ba’와 접시라는 뜻의 ‘lance’가 결합해 만들어진 단어다.

라틴어의 둘을 의미하는 ‘bis’와 접시, 천칭을 의미하는 ‘lanx’에 어원을 두고 있다. 두 개의 접시가 한쪽으로 기울지 않고 평평하게 놓인 저울을 가리킨다.

한자어 균형(均衡)에서 ‘均’은 밭을 고르게 평평하게 간다는 뜻이고 ‘衡’은 저울대를 의미한다. 저울이 한쪽으로 기울지 않고 바로 서 있는 모양이 바로 균형이다.

구력 30년도 훨씬 지나 골프에서 균형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깨달았다는 것이 부끄럽지만 지금에라도 골프가 철저한 균형의 운동이라는 것을 깨달은 것은 천만다행이다.

골프에서 스윙이란 간단히 말해 회전운동을 직선운동으로 전환 시키는 동작이다. 교습가마다 비거리 증대와 방향성 향상을 위해 나름의 독특한 스윙이론을 제시하지만 회전운동을 직선운동으로 바꾸는 것이 스윙이라는 대원칙은 변할 수 없다.

유명 프로선수의 스윙이 교과서로 소개되고 있지만 누가 뭐래도 스윙을 위한 균형 잡힌 자세는 기마자세와 Y자를 뒤집어 놓은 모양이 최상이다.

교습가나 프로들의 자세에서 미세하게 오른쪽으로 기운듯한 모양새가 보이기도 하지만 이는 파워 증대나 헤드 스피드를 높이기 위한 개인의 운동습관에 기인한 편법에 지나지 않는다.

그네타기나 활쏘기, 검도에서 보듯 육체가 최대의 힘을 발휘하기 위해선 몸의 축이 흔들리지 않고 균형이 잡혀 있어야 한다.
모든 골퍼에게 요구되는 평정심 또한 마음의 균형을 잡는 일이다.

최근 들어 비거리가 늘었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이유를 곰곰이 따져봤더니 가급적 몸을 덜 움직이고 균형 잡힌 스윙을 익힌 후에 생긴 일이다.

몸을 요동치지 않고, 볼을 가격한다는 생각을 지우고, 다만 클럽헤드가 바람을 가른다는 생각으로 부드러운 스윙을 익힌 결과 드라이버 비거리는 20m 가까이 늘었고 아이언 비거리도 한 클럽 정도 차이가 났다.

균형 잡힌 스윙을 몸에 익히게 된 데는 아내의 도움이 컸다는 것을 고백한다.

아내는 키도 작고 체격도 왜소한 편이지만 자세가 똑바르고 걸음걸이가 당당한 편이다. 그런 아내가 시니어 모델스쿨에 들어가 서너 달 열심히 배우더니 완전히 달라진 자세가 되어 나의 자세를 뜯어고치기 시작했다. 서는 자세와 걷는 자세는 물론 팔과 발의 움직임까지 개조했다.

평소 내 자세는 ‘자유방임형’이나 다름없었다. 배는 내밀고 허리는 약간 구부정하다. 걸을 때도 몸을 곧추세우지 못했다. 의자에 앉을 때는 허리를 세우지 않고 C자로 구부러지는 편한 자세를 취하는 게 습관이 되었다.

이런 내겐 아내의 자세 개조작업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었으나 아내의 잔소리가 나를 위한 것이니 거부할 수도 없었다.

그러기를 몇 개월 했더니 내가 봐도 확 달라졌다. 언제나 어깨를 활짝 펴고 허리를 곧추세우고 팔과 다리를 당당히 움직인다. 아랫배는 안으로 잡아당기고 걸음도 호랑이걸음처럼 일직선으로 걷는다.

스스로 10년은 젊은 느낌이 들고 주변에서도 “청년같다”고 해준다.
자세 변화는 자신감과 함께 나의 골프 스윙도 변화시켰다. 골프 연습을 할 때도 제대로 된 어드레스 자세와 스윙 자세를 지키는데 집중할 수 있었다. 주위에서 그 연세에 스윙이 아름답다는 소리를 들을 정도가 되었다. 70이 넘어 40~50대와 겨뤄 지지 않으면 대단하지 않은가.

밸런스에 대한 깨달음과 이를 위한 실천이 안겨준 값진 선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