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순용의 골프칼럼] 창의적인 골퍼가 되려면…

▲세계에서 가장 창의적인 골퍼로 손꼽히는 타이어 우즈가 다양한 환경에서 다양한 샷을 구사해왔다. ⓒAFPBBNews = News1

과연, 골프경기에서 인간의 한계 스코어는 얼마인지 과학적 예측이 가능하기나 할까? 골프 경기력에 작용하는 인간의 내적 능력을 정량적으로 평가하고 나타내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그 가능성마저도 추론이 쉽지 않다.

언젠가 북한 당국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파72 평양골프장에서 38언더파 34타를 쳤다고 홍보한 것을 언론매체에서 보도했던 기억이 난다. 사실 타이거 우즈의 비공식 기록으로 보도했다고 해도 믿지 못했을 것이다.

이 스코어는 실현 확률이 낮은 것이지 이론적으로 불가능한 것이 아니지만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웬만한 파4를 1온할 수 있는 정확성 있는 장타 능력이 확보되어야 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PGA 투어의 선수처럼 일관성 있는 스윙이 확보된 상태에서 모든 샷에 대해 정확한 상황 인지를 통해 오차를 최소화하는 거리 계산이 가능하고, 요구되는 매 샷을 만드는데 있어 창의적인 결과 도출이 가능해야 할 것이다. 물론 훌륭한 퍼팅과 그린 사이드 기술, 트러블 샷에 대한 기술적 요인을 모두 갖추고 있어야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그럼 이런 골프 기술이 확보된 PGA 투어의 경쟁자들이 최고의 창의적인 골퍼가 된다면 18언더를 만들기 위한 도전은 보다 현실적이지 않을까?

이런 스코어를 기록하는 골프 경기를 본다면 정말 흥미 진지하고 떨리는 순간이 되겠지만 불가능하지는 않다고 본다.

인간의 집중력과 창의성은 선천적 요인과 교육, 경험 등의 후천적 요인들 간의 결합에 의해 오랫동안 형성되어짐으로 어찌 보면 최고의 골프선수가 되기 위해서는 어려서부터 골프 외적인 경험과 교육이 뒷받침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많은 한국의 골프 선수들이 성장하는 과정은 어려서부터 대부분의 시간을 골프장에 매달려 있어 골프 외적인 경험이 적다. 학교에서 정상적인 교육을 소화하며 운동하는 미국 주니어 선수들의 운동 환경과는 다소 다른 부분이 있다.

창의성을 키우기 위해 어려서부터 게임도 하고, 추리소설도 읽고, 친구와의 새로운 놀이에 대해 접근하며, 교육의 과정에서 통합적인 관찰과 사고능력, 무한상상능력을 갖도록 해야할 필요가 있다.

‘집중과 인지 자극에 대한 뇌 반응 계측’ 연구를 수행하던 필자의 연구실에서 몇몇 투어 프로들의 뇌활동 계측 실험 중에 알게 된 한 가지 유사점은 대부분 상황 인지능력이 일반인보다 높은 반면 집중력, 통합적 추론과 판단능력을 근간으로 하는 창의성은 높지 않으며, 선수들 간에도 큰 차이를 보인다는 것이다.

선수들의 성장환경에서 오는 결과라고 본다. 샷을 위해 상황을 살피는 부분은 어려서부터 수없이 반복해오면서 상황인지 능력이 훈련이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창의성은 일반인에 비해 접촉의 면이 많지 않은 골프 환경에만 국한된 경험적 측면에서 오는 결과라는 생각이 든다.

18홀을 경기하는데 있어 매 홀 그린에서 확인해야 하는 미세한 경사와 잔디 결, 스피드 변화를 인지하고, 볼이 그리는 궤적을 추론하여 볼의 방향과 스피드를 결정하고 가상의 목표점을 놓치지 않고 필요한 스트로크의 힘 조절에 집중하는 과정은 고도의 내적 활동에 기반한다.

골퍼의 좋은 인지능력은 창의적인 판단을 하는데 있어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성공적인 결과를 만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통합적 사고와 창의적 사고능력이 필요하다.

인지능력은 집중력이 흔들리거나 흥분하거나 자신감이 떨어지면 제대로 발휘하지 못 할 수도 있다.

주말 골퍼들이 내기를 하는 라운드에서 가끔 볼 수 있는 몇 가지 흥미로운 점이 있다.

우선, 자신의 실력을 객관적으로 평가하지 못한다. 자존심이 우선하여 실제보다 과대평가하거나, 동반자들이 자신의 골프실력을 어떻게 평가하는가에 신경이 가거나, 라운드를 하면서 엉성한 스윙에 실력이 형편없다고 생각한 동반자가 나보다 좋은 스코어를 기록하고 있다면 상황인지 능력이 급격히 떨어지기 시작한다.

위험요인을 구분하는 능력이 없어지고 무리한 도전을 하기 일쑤고, 급해지기 시작한다. 이때쯤 되면 앞이 캄캄해지는 것을 경험하기도 한다. 사실, 이것은 필자가 골프를 배우기 시작했을 때의 경험이기도 하다. 상황인지 능력은 완전히 내적 상태에 의존하며 이는 창의적 의사결정을 못하게 하는 가장 큰 적이 된다.

따라서 창의적이 골퍼가 된다는 것은 마음을 다스릴 줄 아는 것이 우선이며, 평정심으로 바라보는 상황인지 능력을 키우는 것이며, 정확한 상황인지 능력을 기반으로 한 무한상상능력과 합리적 추론 능력을 갖추는 것이고, 효과적인 결과를 도출하는데 필요한 집중력을 키우는 것이다.

최고의 골퍼를 꿈꾼다면, 역사가 기억하는 최고의 골퍼들이 좋은 스윙만으로 꿈을 이룬 것이 아니라 창의적인 사고능력이 뒷받침되는 골프를 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