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민준의 골프세상] 지뢰밭을 헤매는 골퍼의 운명

▲사진은 칼럼 내용과 관련 없습니다. 사진출처=ⓒAFPBBNews = News1

골프만큼 곳곳에 분노의 도화선과 지뢰가 깔린 운동도 없을 것이다.

앞 팀이 지나치게 느리게 플레이한다든가, 뒤 팀이 날린 공이 근처에 떨어졌다든가 하는 등 다른 조의 잘못이 도발한 사소한 화로부터, 동반자의 부주의나 매너 없는 행동에도 노여움에 싸인다. 때로는 캐디로부터도 노여움의 전염병을 얻기도 한다.

그러나 골프장에서 겪는 분노 중에서 가장 견디기 어려운 것은 자신으로부터 생기는 분노다.

좋은 컨디션으로 첫 홀을 나섰어도 연속적으로 OB를 낸다거나, 맞는 소리는 좋았는데 볼이 벙커나 러프로 날아가거나, 눈감고 쳐도 될 쉬운 퍼팅을 놓쳤거나, 파 5홀에서 투온 할 수 있는 거리에 멋진 드라이브 샷을 날려놓고 뒷땅을 쳐 겨우 4온에 머문다거나, 버디 찬스를 놓침은 물론 3퍼트를 해서 보기를 하는 등 분노가 일어날 여지는 수없이 많다.

골프를 해보면 개개인의 진면목과 함께 인내의 깊이도 금방 드러난다. 인내심이 아무리 강한 사람이라도 골프장에서 일어나는 분노를 삭일 수 있는 사람은 그다지 흔치 않다. 잘 참아 나가다가도 끝내 바람이 잔뜩 들어간 풍선처럼 폭발하고 만다.

1930년대 미국의 프로 래리 스텍하우스는 기묘한 습벽을 가지고 있는 사람으로 유명하다. 미스 샷을 한 후 분노를 못 삭여 자기 손이나 팔을 나무둥치에 거칠게 내리치는가 하면 주먹으로 자기 턱을 쳐 그 자리에서 실신하기도 했다. 어느 경기에선 3퍼트를 한 뒤 홧김에 퍼터로 다리를 내리쳐 다리뼈에 금이 가 병원으로 실려가기도 했다.

한 경기에서는 비참한 스코어에 끓어오르는 분노를 간신히 참고 골프장을 빠져나와 근처의 한 장미원으로 들어가 가시투성이 장미 줄기로 다리를 후려쳐 피투성이가 되고도 분을 못 삭여 장미 가시를 바닥에 깐 뒤 그 위에 마구 뒹굴었다. 이 바람에 그는 두 달 동안 경기출전을 포기해야 했다.

홀컵 1m 거리에서 5퍼트를 한 뒤 자신의 승용차 유리를 부수고 문짝과 시트를 뜯어 내버렸다. 그것도 부족해 보닛을 열고 엔진까지 부수고 나서야 화를 진정시켰다고 한다.

1960년대 프로로 활약한 미국의 데이브 힐은 그의 자서전에서 “나는 참을성이 없다. 화나면 샤프트를 무릎에 대고 꺾었다. 그때마다 나는 벌금을 물어야 했다. 1961년 한해 나는 퍼터를 14개나 꺾어 개당 100달러씩 모두 1,400달러를 벌금으로 물었다”고 실토했다.

필자도 수년 전 한 동반자가 분노를 못 이기고 라운드 중 골프백을 챙겨 골프장을 떠나는 것을 경험했다.

그날 그의 플레이는 난조였다. 어느 홀에선가 두 번의 OB를 낸 뒤 동반자들이 입을 다물고 있자 캐디를 향해 “카트 불러. 이제 그만 칠래.”하곤 골프 백을 카트에서 내려놓았다. 갑작스런 일에 동반자들이 놀라자 그는 굳은 얼굴로 “오늘은 여기서 끝내겠습니다”하고 일행과 헤어졌다.
일행은 동반자의 태도가 워낙 단호해 다른 말을 할 수가 없었다.
며칠 후 그로부터 문자 메시지가 날아왔다.
“너무 부끄럽습니다. 그날은 정말 제정신이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용서해주시고 다음 라운드에 초청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거의 모든 골프교습서에 Control(통제) Confidence(확신) Concentration(정신집중)을 ‘골프의 필수 3요소(3Con)’로 꼽으면서 유독 컨트롤을 앞세운 것은 그만큼 골프장에서 불같이 솟구치는 분노나 노여움을 통제하기가 어렵다는 것을 암시한다.

법구경은 ‘분노의 장’에서 인내의 중요성을 이렇게 갈파하고 있다.
‘마구 달리는 마차를 몰듯 불같이 일어나는 노여움을 억제하는 사람을 나는 진짜 마부라고 부르겠다. 다른 사람들은 고삐만 쥐고 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