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민준의 골프세상] 새로운 골프 역사를 써가는 이민지·민우 남매

▲2020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ISPS 한다 빅오픈에 출전했던 누나 이민지와 유러피언투어 ISPS 한다 빅오픈에서 우승했던 동생 이민우 프로. 사진제공=Golf Australia

호주교포 이민지(24)의 남동생 이민우(22)가 12일(한국시간) 캘리포니아주 페블비치의 페블비치 골프링크스에서 열리는 PGA투어 AT&T 페블비치 프로암에 출전한다. 스폰서 초청선수로 기회를 잡은 PGA투어 데뷔무대다.

이민우가 PGA투어에 뿌리를 내린다면 남매가 동시에 PGA투어와 LPGA투어에서 선수로 활약하는 새로운 기록을 만들게 된다.

누나 이민지는 호주 여자골프계를 대표하는 선수로 세계랭킹 8위의 LPGA투어 강자다. LPGA투어 통산 5승을 거두었고 2016년 리우올림픽에 호주대표로 참가해 공동 7위에 올랐다.

정확히 2년 2개월 터울의 동생 이민우는 이민지보다 먼저 골프를 시작했으나 골프에 몰입할 줄 아는 누나를 따르는 입장으로, 서로를 밀고 끄는 매우 끈끈한 남매관계를 자랑한다.

남매의 골프 DNA가 얼마나 특출한가는 남매가 모두 US 주니어 아마추어 챔피언에 오른 것으로 증명된다. 이민지는 2012년 US 여자 주니어 아마추어 챔피언에 올랐고 이민우는 4년의 시차를 두고 2016년 남자 주니어 아마추어챔피언십을 차지했다. 남매가 US 주니어 아마추어 챔피언에 오른 것은 이들이 유일하다.

이민지는 2013, 2014년 호주 아마추어 챔피언십을 석권한 뒤 프로로 전향, 에비앙챔피언십에서 공동 16위에 오르는 등 출발부터 순조로웠다.

누나의 성공에 자극받은 동생 이민우도 유러피언투어에 진출, 2020년 ISPS 한다 빅 오픈에서 우승하며 누나의 성공 가도를 뒤따르는 모양새다.

이들 남매의 우애 넘친 경쟁관계는 PGA투어에 기고한 이민우의 글에 잘 나타나 있다.

그는 이 글에서 어린 시절 일화 등을 소개하며 골프 선수로 성장하기 위해 서로 주고받은 자극을 털어놨다.
이민우는 “누나의 그림자가 워낙 커서 힘들 때도 있었지만 내게는 좋은 동기부여가 됐다”며 “사람들에게 누나가 세계 최고 무대에서 활약하는 골프 선수라고 자랑할 수 있어서 좋다”고 누나를 자랑했다.

이민우는 “내가 8살에 골프를 시작했고, 누나는 10살인가 11살 때 나보다 늦게 시작했다”며 “그런데도 누나는 재능이 뛰어나고 열심히 노력해 많은 것을 성취했다”며 존경의 마음을 표시했다. 그는 또 “내가 프로가 된 이후 누나가 많은 도움을 줬다”며 “특히 감정 조절에 탁월한 누나를 보면 누나가 지금 5언더파인지, 5오버파인지 알기 어려울 정도”라고 회상하기도 했다.

이민지는 “동생이 어릴 때부터의 꿈인 프로 선수가 되는 모습을 보게 돼 기쁘다”며 “PGA투어에서도 좋은 성적을 내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AT&T 페블비치 프로암 대회에서 이민우가 어떤 성적을 낼지 자못 궁금하다.

2020~2021년 시즌 공식 50개 대회 중 18번째인 페블비치 프로암 대회에는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에서 우승한 김시우를 비롯해 최경주, 강성훈, 노승열 등이 출전한다. 교포선수로는 제임스 한, 더그 김, 마이클 김(이상 미국) 등이 참가한다.
직전 대회 피닉스오픈에서 준우승한 이경훈과 올 첫 대회부터 5개 대회 연속 출전한 임성재, 안병훈 등은 휴식을 위해 불참한다.

코로나19 여파로 이번 대회는 유명인사들과 함께 하는 기존 프로암 방식으로 진행되지 않고 156명의 선수들이 페블비치 골프 링크스와 스파이글라스 힐 코스에서 예선을 치르고 공동 65위까지만 참가하는 본선은 페블비치 골프 링크스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