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민준의 골프세상] 지구 자전을 상상하며 스윙해보라~ 깜짝 놀랄 경험!

▲가장 뛰어난 스윙을 가진 현역 골프 선수 중 한 명인 로리 맥길로이. 사진제공=ⓒAFPBBNews = News1

삼성그룹을 창업한 고 이병철 회장은 지독한 골프애호가로 유명했다. 비거리 증대와 스코어 향상의 욕구가 남달랐던 그는 주위에서 권하는 신형 골프채를 시험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다. 유명 프로골퍼와 라운드하며 특별 교습을 받기도 했다.

그가 어느 날 골프황제 잭 니클라우스를 안양CC로 초대했다. 니클라우스의 훌륭한 플레이를 직접 보며 귀중한 가르침을 얻겠다는 목적이었다.
니클라우스는 정중하고 품위 있게 이병철 회장과 라운드했으나 라운드 중 골프와 관련된 코멘트는 일절 하지 않았다.

18홀을 끝내고서야 이 회장은 장갑을 벗으며 어렵게 입을 열었다.
“내 골프의 문제가 무엇인가요. 골프를 더 잘 할 수 있으려면 무엇을 고쳐야 하겠습니까?”
그러자 니클라우스는 아주 짧게, 그러나 웃는 얼굴로 말했다.
“헤드 업만 하지 않으면 아무런 문제가 없겠습니다.”

아마추어 골퍼들에게 헤드 업(head up)은 영원한 숙제다. 클럽 헤드가 공과 접촉하는 순간 머리를 위로 쳐드는 동작인 헤드 업은 골프 트러블의 모든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뒤땅, 토핑, 슬라이스, 훅, 짧은 비거리 등이 모두 헤드 업에서 기인한다고 보면 틀림없다.

헤드 업은 머리만의 문제가 아니다. 클럽헤드가 볼과 접촉하는 순간 어드레스 때 취한 척추각(Spine Angle)을 그대로 유지하지 못한 결과다.
어드레스 때 자세 그대로 클럽 페이스가 볼을 밀어내도록 클럽이 자연스럽게 회전하도록 놔두면 되는데 이것이 여간 어렵지 않다.

볼이 잘 맞아 날아가는지 확인하려는 조급함 때문에 미리 상체를 펴고 머리를 목표 방향으로 쳐들게 된다. 또 볼을 더 강하게 쳐내려는 욕심으로 몸의 균형이 흐트러져 어드레스 때 취한 축을 그대로 유지하지 못한다.

골프 스윙의 메커니즘은 대단히 복잡하지만 한 마디로 압축하면 ‘축(axis)’이다. 이상적인 스윙으로 회전운동을 직선운동으로 변환시키는 게 골프의 핵심이다. 회전운동을 직선운동으로 극대화할 수 있는 열쇠가 바로 축에 있다.

주말골퍼가 고수로부터 듣는 충고의 대부분은 ‘헤드업 하지 마라’ 아니면 ‘스윙 축을 지켜라’다.

프로선수들의 스윙만 제대로 볼 줄 알아도 골프의 핵심을 간파할 수 있다. 느린 화면으로 보여주는 선수들의 스윙 동작 중 우리를 놀라게 하는 것은 어떤 경우에도 중심축을 끝까지 지킨다는 사실이다. 하체, 허리, 상체는 격한 꼬임을 만들며 회전하지만 머리만은 공 위에 그대로 머문다. 공은 이미 클럽 헤드에 맞아 튕겨 나갔는데도 머리는 볼이 놓여 있던 지점 위에 그대로 있다. 척추각도 그대로 유지한다.

대부분의 주말 골퍼들이 자신은 스윙 축을 유지한다고 생각하지만 옆에서 보면 어림도 없다. 좌우로는 물론 전후로, 상하로 몸이 흔들린다. 거울 앞에서 스윙을 해보면 자신의 스윙이 얼마나 춤추고 있는지 깨닫게 된다.

지구는 1억4,960만km 떨어진 태양을 중심으로 시간당 약 10만km의 속도로 공전하면서 시속 1667km의 속도(적도 기준)로 하루 한 번씩 자전한다. 남극과 북극을 잇는 자전축은 공전궤도면의 수직선으로부터 약 23.5˚ 기울어져 있다. 23.5˚로 기울어진 자전축 때문에 오늘의 지구가 존재하는 것이다.

만약 지구가 자전을 멈춘다면 햇빛이 한쪽만 비치게 되어 한쪽은 사막이 되고 반대편은 얼어붙어 생태 불균형과 환경 파괴로 생명체가 살 수 없는 행성이 되고 말 것이다.
자전을 해도 그 축이 일정하지 않고 흔들린다면 계절의 질서, 낮과 밤의 질서, 생태계 교란 등으로 역시 죽음의 별이 되고 말 것이다. 지구에 생명체가 존재하는 것은 지구가 일정한 기울기의 축을 중심으로 자전하기 때문이다.

▲가장 뛰어난 스윙을 가진 현역 골프 선수 중 한 명인 로리 맥길로이의 스윙 장면들. 사진제공=ⓒAFPBBNews = News1

골프는 축의 운동이다. 골프에서 가장 중요한 원칙은 축을 유지하는 일이다.
이상적인 골프 척추각은 25~30˚다. 지구의 자전축 기울기보다 약간 더 기울어진 편이다. 신장, 비만 정도에 따라 개인별 차이가 생긴다.

팽이의 축이 정 중앙에 있지 않고 비뚜로 박혀 있다고 생각해보자. 팽이는 회전을 지속하지 못하고 금방 쓰러지고 말 것이다. 헬리콥터의 날개축이 흔들린다면 헬리콥터는 뜨자마자 산산조각이 나고 말 것이다.

골프에서도 회전력을 극대화하며 일정한 비구선(飛球線)을 유지하기 위해선 축의 중심이 흔들리지 않아야 한다.

이달 초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의 TPC스코츠데일 코스에서 열린 PGA투어 웨이스트 매니지먼트 피닉스오픈 사전행사에서 인공지능 골프 로봇 ‘엘드리치(LDRIC)’가 홀인원 하는 장면에 갤러리들이 환호하는 모습이 화면에 나왔다.

로봇의 팔에 매달린 클럽에 맞아 나간 공은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 그린 위에 떨어져 구르더니 바로 홀 안으로 사라졌다.

이 로봇의 정식 명칭은 ‘지능형 회로 장착 지향성 발사 로봇(Launch Directional Robot Intelligent Circuitry)’이다. 쉽게 말하면 AI 스윙 머신이다.

매년 피닉스오픈 사전행사에 등장해 TPC스코츠데일 코스의 상징인 16번 홀(파3, 163야드)에서 홀인원을 시도하는데 몇 번 만에 성공하느냐가 관심일 정도로 정확성이 뛰어나다.

실제로 선수들의 스윙 데이터를 입력하면 스윙 스피드, 궤도, 탄도, 볼의 낙하 각도까지 똑같이 재현해내 유명 선수들의 퍼포먼스를 그대로 구현해낸다고 한다.

스윙로봇의 정확성은 결코 흔들리지 않는 축에 답이 있다. 동력을 발생시키는 모든 모터의 회전축은 제자리에서 오차 없이 회전하게 설계·제작됐다. 오차가 클수록 에너지 손실, 연료 손실을 피할 수 없다. 모터의 수명에도 영향을 미친다. 정밀기계들의 회전축 오차를 마이크론(1000분의 1mm) 단위 이하로 극소화하는 것은 정확성과 힘의 극대화를 위한 것이다.

골퍼라면 가능한 한 스윙로봇을 닮은 스윙을 추구해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