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민준의 골프세상] 코다 자매 LPGA 통산 12승 합작…경쟁력의 원천은?

▲2021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메이저 골프대회 KPMG 위민스 PGA챔피언십 우승을 차지한 넬리 코다. 사진제공=ⓒAFPBBNews = News1

‘코르다 자매의 시대’가 열리는가!넬리 코다(22·미국)가.
28일(한국시간) 미국 조지아주 존스크리크 애틀랜타 애슬레틱GC(파72·6831야드)에서 끝난 LPGA투어 시즌 세 번째 메이저 KPMG 위민스 PGA챔피언십에서 합계 19언더파 269타로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첫 메이저 우승이자 지난주 마이어 LPGA클래식에 이은 2주 연속 우승, 지난 3월 게인브리지챔피언십 우승을 포함해 시즌 3승, 통산 6승째다.

마지막 라운드에서 리젯 살라스(31·미국)에게 한때 1타 차이로 추격당하기도 했으나 넬리는 15번 홀(파3)에서 더블보기를 범하고도 3타차의 여유 있는 우승을 했다.

세계랭킹에서도 1위로 올라서 고진영(26)과 박인비(32)는 2, 3위로 내려앉았다. 2014년 10월 스테이시 루이스(36) 이후 첫 미국 선수 1위다.

한국선수로는 김효주(25)가 10언더파로 공동 3위에 올라 시즌 3번째 톱5에 들어 좋은 분위기를 이어갔다. 양희영(32)이 공동 9위, 디펜딩 챔피언 김세영(28)은 공동 12위, 박인비(32)는 공동 40위, 고진영(25)은 공동 46위에 그쳤다.

올 시즌 개막전 다이아몬드리조트 토너먼트 우승자인 언니 제시카(28)와 함께 LPGA투어에 ‘코다 자매의 시대’를 연 분위기다. 자매가 올린 LPGA투어 통산 승수가 12승이나 된다. 두 선수의 지금 흐름으로 보아 이들 자매의 고공비행은 계속될 전망이다.

코다 자매의 경쟁력 원천은 무엇일까.

그의 부모는 체코의 테니스 스타인 페트로 코다와 레지나 라크로토바. 미국으로 이주한 부모 사이에 제시카, 넬리 자매와 남동생 세바스찬이 태어났다. 3남매 모두 부모의 스포츠 DNA를 물려받아 자매는 골프선수로 성장했고 남동생은 프로 테니스선수로 활동 중이다.

코다 자매는 어릴 때 여러 스포츠를 섭렵하다 골프가 최적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열심히 그리고 즐겁게 골프를 익혔다. 코다 자매가 경기 중 미스 샷을 내거나 경기가 뜻대로 잘 안 풀릴 때도 화를 내거나 짜증을 내는 일 없이 밝은 얼굴을 유지할 수 있는 것도 스스로 골프를 선택, 경기를 즐기는 습성이 몸에 뱄기 때문이다.

2010년 LPGA투어에 데뷔한 제시카는 2012년 1승을 올린 뒤 꾸준하게 승수를 쌓아 올 시즌까지 6승, 2017년 LPGA투어에 데뷔한 넬리는 이듬해 첫 승을 올리더니 매년 1~2승을 쌓았고 올 시즌엔 벌써 3승을 거뒀다.

▲2021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메이저 골프대회 KPMG 위민스 PGA챔피언십 우승을 차지한 넬리 코다. 사진은 2021년 마이어 LPGA 클래식에서 우승했을 때 언니 제시카 코다와 기쁨을 나누는 모습이다. 사진제공=ⓒAFPBBNews = News1

아무리 부모로부터 스포츠 DNA를 물려받았다 해도 이런 고공비행은 예사롭지 않다. 자매 간의 선의의 경쟁이 고공비행을 가능케 한 것은 아닐까.

동물의 세계엔 ‘형제살해(fratricide, siblicide)’가 왕왕 발생한다. 새끼들끼리 치열한 생존경쟁을 벌이는 과정에서 형제나 자매가 같은 형제나 자매를 죽이는 것이다.
조류의 경우 힘센 새끼가 약한 새끼를 둥지 밖으로 밀어내 먹이를 독차지하고, 하이에나 같은 포유류도 새끼들끼리 치열한 싸움을 벌여 약한 새끼는 희생된다. 상어의 경우 알 속에서부터 모자란 영양을 보충하기 위해 형제를 뜯어먹기도 한다.

인간의 세계에도 형제살해의 예는 역사적으로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지금은 가족이라는 공동체 의식이 더 강해 형제살해가 사라졌지만 경쟁의식은 어쩔 수 없다. 이 경쟁의식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미움과 갈등의 관계를 만들 수도 있고 서로에게 자극과 격려로 작용할 수도 있다.
코다 자매의 경우는 선의의 경쟁의식이 서로에게 발전의 동력이 된 셈이다.

태국의 모리야 주타누간(26)과 아리야 주타누간(25) 자매의 경우도 언니가 동생의 그늘에 가려 인생행로가 완전히 엇갈리는 운명에 빠질 위기를 맞았었다.
1년 터울인 데도 신체적으로 우성으로 태어난 아리야는 승승장구했고 언니 모리야는 동생의 그늘에 가려 생존에 급급한 처지가 될 뻔했다.

▲2021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뛰는 모리야 주타누간과 아리야 주타누간. 사진제공=Getty Images

시작은 언니 모리야가 뛰어났다. 2008년 브리티시 주니어오픈에서 처음으로 여성 우승의 기록을 세웠고 2011년 US 여자 아마추어챔피언십 2위에 오른 뒤 2013년 LPGA투어에 입성해 신인왕을 차지했다. 그러나 우승과는 인연이 없었다.

아리야의 출발은 악몽으로 시작되었다. 2013년 태국에서 열린 LPGA 혼다 타일랜드에서 다 잡은 우승을 박인비에게 내준 뒤 2014년 LPGA투어에 들어와서도 날개를 제대로 펴지 못했다. 2년 이상 슬럼프를 헤맨 아리야는 2016년 5승(메이저 1승)을 올리며 세계랭킹 1위를 꿰찼고 2017년 2승, 2018년 3승(메이저 1승) 등 고공비행을 이어갔다.

동생의 고공비행에 자극받은 모리야도 2018년 LPGA투어 첫 승을 기록한 뒤 상승기류를 이어가고 있다. 선의의 경쟁의 좋은 예다.
캐나다의 브룩 핸더슨(23)의 언니 브리타니 핸더슨(30)도 한때 LPGA 2부 투어에서 골프선수로 활동했으나 한계를 깨닫고 동생의 캐디로 나서 멋진 동행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