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민준의 골프세상] 우승만큼 값진 최경주·이정은5의 준우승

▲2021년 미국프로골프(PGA) 챔피언스투어 샌퍼드 인터내셔널 준우승한 최경주 프로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캄비아 포틀랜드 클래식 준우승한 이정은5 프로가 각각 최종라운드에서 경기하는 모습이다. 사진제공=ⓒAFPBBNews = News1

스포트라이트와 박수갈채는 우승자에게 쏟아지게 마련이다.
그러나 최경주(51)와 이정은5(32)는 준우승에 머물었지만 골프 팬들로부터 진심에서 우러난 박수갈채를 받았다.

‘코리안 탱크’ 최경주(51)는 20일(한국시간) 미국 사우스다코다주 수폴스의 미네하하CC(파70·6천729야드)에서 막을 내린 PGA 챔피언스투어 샌퍼드인터내셔널에서 연장전 끝에 준우승했다.

최경주는 최종합계 12언더파 198타로 대런 클라크(북아일랜드), 스티브 플레시(미국)와 함께 공동선두에 올라 연장전을 치렀다.
18번 홀(파4)에서 진행된 1차 연장에서 플레시가 먼저 탈락하고 최경주는 약 3m 버디 퍼트가 홀을 살짝 빗나가 클라크와 함께 2차 연장에 들어갔다.

같은 홀에서 이어진 2차 연장에서 클라크가 버디를 잡아 우승을 차지했다. 지난해 8월부터 만50세 이상이 참가할 수 있는 PGA 챔피언스투어에 입문, 첫 우승을 노렸던 최경주는 스티브 플레시와 함께 공동 2위에 만족해야 했다.

그에게 PGA 챔피언스투어 우승은 다른 선수의 우승과 의미가 다르다.
2002년 한국 선수로는 최초로 PGA투어 첫 승을 올렸던 그는 통산 8승을 올렸다. 지난해부터 PGA투어와 챔피언스투어를 겸업하고 있다.
PGA투어 8승은 아시아 선수 중 최다승 기록이다. 올해 마스터스에서 우승한 마쓰야마 히데키(29)가 6승에 머물고 있다.

▲2021년 미국프로골프(PGA) 챔피언스 투어 샌포드 인터내셔널에서 준우승한 최경주 프로가 플레이오프에서 아깝게 버디 퍼트를 놓치는 모습이다. 사진제공=ⓒAFPBBNews = News1

최경주는 한국골프는 물론 아시아골프의 프런티어다. 아시아 선수들의 불모지나 다름없는 PGA투어에서 당당히 ‘코리언 탱크’로 새로운 길을 개척한 그는 챔피언스투어에서도 한국선수가 가보지 않은 길을 열어가고 있다.

PGA 챔피언스투어는 PGA투어 못지않게 우승경쟁이 치열하다. PGA투어에서 잔뼈가 굵은 전설적인 대스타들이 ‘노익장(老益壯)’을 자랑하는 무대다.

이번에 우승경쟁을 벌인 대런 클라크, 스티브 플레시를 비롯, 버나드 랑거, 어니 엘스, 비제이 싱, 콜린 몽고메리, 리티프 구센, 짐 퓨릭, 미겔 앙헬 히메네스, 스티브 스트리커 등 한 시대를 풍미한 스타들이 즐비하다.
이런 선수들 틈에서 최경주가 한때 단독선두로 나서는 등 우승경쟁을 벌였다는 것은 챔피언스투어에서도 그만의 발자취를 남길 수 있음을 입증해주었다.

같은 날 미국 오리건주 웨스트 린의 오리건GC(파72·6,658야드)에서 열린 LPGA투어 캄비아 포틀랜드 클래식 마지막 라운드에서 고진영(26)이 최종합계 11언더파 205타로 공동 2위에 4타 차이로 우승했다.

이 대회는 셋째 날 경기가 강우로 취소되면서 3라운드 54홀로 경기가 축소돼 치러졌다.
마지막 라운드에서 1타 차 2위 제마 드라이버(스코틀랜드), 3타 차 3위 카를로타 시간다(스페인)와 우승경쟁을 벌였으나 보기 없이 안정된 경기를 펼친 고진영을 추격하기엔 역부족이었다.

고진영은 지난 7월 발런티어스 오브 아메리카 클래식 우승에 이어 한국선수로는 유일하게 시즌 2승을 달성했다. LPGA투어 통산 9승째다.

▲2021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캄비아 포틀랜드 클래식 우승한 고진영 프로가 최종라운드에서 경기하는 모습이다. 사진제공=Getty Image_LPGA

한국 골프팬들에겐 고진영의 우승 못지않게 호주교포 오수현(25)과 함께 최종합계 7언더파 209타로 공동 2위에 오른 이정은5의 선전이 그렇게 반가울 수 없었다.

그의 LPGA투어 뿌리 내리기 과정을 알고 나면 잡초처럼 끈질긴 생명력에 존경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KLPGA투어에 등록된 선수 중 이정은이란 이름을 가진 동명이인은 6명이다. 이정은6(25)가 화려하게 LPGA투어에 등장하기 전까지는 이정은5는 이름 뒤에 숫자를 붙일 필요가 없었다. 이정은이란 이름을 가진 선수는 그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아직도 LPGA투어 홈페이지는 이정은의 이름 뒤에 5가 붙어 있지 않다. 중계방송사에서 임의로 이정은6와 구별짓기 위해 5를 붙이고 있다.

이정은5는 박세리키즈로 10세 때부터 골프를 시작했다. LPGA투어에 가기 전 KLPGA투어에서 통산 5승을 거두었으니 기량은 검증된 것이나 다름없다.

그는 25세가 된 2014년 LPGA투어의 문을 두드렸다. 파이널 퀄리파잉 토너먼트에서 공동 28위로 LPGA투어 조건부 티켓을 받았다. 2015년 3개 대회에서 참가해 모두 컷 탈락, LPGA투어 멤버십을 얻기 위해 다시 지옥의 파이널 퀄리파잉 토너먼트에 참가했다. 2016년에도 파이널 퀄리파잉 토너먼트에 참가, 5위에 오르면서 대부분의 대회에 참가할 수 있는 티켓을 손에 쥐었다.
우승은 고사하고 변변한 성적 한번 내지 못하고 3년 연속 퀄리파잉 토너먼트에 도전한 그의 근성이 놀랍다.

▲2021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캄비아 포틀랜드 클래식 준우승한 이정은5 프로가 최종라운드에서 경기하는 모습이다. 사진제공=Getty Image_LPGA

2017년부터 뿌리를 내리는 데 성공했다. 22개 대회에 참가해 17번 컷 통과했고 톱10에도 네 번이나 들었다. 2018년엔 22개 대회에 참가해 21번 컷 통과하고 메이저대회인 리코 브리티시여자오픈에서 공동 11위에 오르기까지 했다.

이후 답보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2019년 19개 대회에 참가해 14번 컷 통과하고 톱20에 세 번 들었다. 2020년 10개 대회에 참가해 6번 컷 통과하고 KPMG 위민스 PGA챔피언십 공동 23위가 최고 성적이다.

올 시즌 들어서는 13개 대회에 참가해 10번 컷 통과했으나 아문디 에비앙 챔피언십 공동 29위, 다우 그레이트 레이크스 베이 인터내셔널 공동 17위가 고작이었다.

이런 이정은5가 이번 대회 마지막 홀에서 이글을 낚으면서 공동 2위로 도약했다. 그의 LPGA 투어 최고 성적이다. 누적상금도 110만달러를 넘어섰다.
그의 끈질길 생명력이 좋은 결실을 맺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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