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는 정지한 공을 멀리 그리고 정확한 방향으로 쳐내는 운동이다.
원리는 간단하고 명료하다.
그래서 축구 야구 배구 농구 테니스 등 움직이는 공을 다루는 선수들은 골프를 얕잡아 본다. 쉽게 덤볐다가 결코 뜻대로 되는 운동이 아님은 물론 끝없는 정진과 수련이 뒤따라야 한다는 것을 뒤늦게 깨닫는다. 그러고도 시지프스의 형벌 같은 ‘목표가 없는 끝없는 경기’의 순례길에 오른다.
신기루 같은 목표에 이끌려 골프의 밀림을 헤매다 보면 갈수록 깊어만 지는 골프의 불가사의(不可思議)한 마력에서 벗어날 수 없다.
골프의 불가사의성을 논하자면 끝이 없을 것이다.
골프가 공을 ‘멀리 정확히(Far &Sure)’ 쳐내는 운동이지만 지나치게 공에 집착해서는 결코 멀리 정확하게 보낼 수 없다는 것 또한 골프의 불가사의다.
공을 때려내는 것에서 벗어났을 때 비로소 골프를 제대로 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를 깨닫는 게 여간 어렵지 않다.
일부 선수들은 어떻게 하면 공을 멀리 보낼 수 있느냐며 비결을 묻는 아마추어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힘껏 내려쳐라.”
최경주도 아마추어로부터 그런 질문을 받고 “힘껏 후려 패세요”라고 말했다고 고백했던 것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골프에서 ‘힘껏 친다’는 것은 선문(禪門)의 화두(話頭)만큼 심오하다.
‘힘껏 친다’는 의미 자체가 그 스펙트럼이 매우 넓다. 선수들이나 고수급 아마추어와 보통 주말골퍼들이 받아들이는 차원이 각양각색이다.
그야말로 도끼로 장작을 패듯 힘껏 내려치는 것으로 받아들여서는 제대로 된 스윙을 이해할 수도 터득할 수도 없다.
레슨프로나 골프고수들이 한결같이 힘을 빼라고 강조하는 이유다.
최경주가 “힘껏 후려 패세요”라고 말한 것은 알고 보면 ‘선문답(禪問答)’이다.
힘껏 치는 것이 답이 아니라는 것을 힘껏 후려 패어 보고 깨달아라는 우문현답(愚問賢答)이다.
흔히들 ‘힘 빼는 데 3년’이라고들 쉽게 말하지만 3년 만에 힘을 뺄 수 있다면 대성공이다.
프로선수들이나 경지에 오른 싱글 골퍼를 제외하곤 거의 평생 노력해도 힘을 빼기 어렵다. 머리로는 힘을 빼야 한다는 것을 이해하면서도 몸과 마음이 따라주지 않는다.
‘힘을 뺀다’는 의미를 이해하는 것에서부터 사람마다 편차가 심하다.
그냥 클럽을 느슨하게 잡고 맥없이 휘두르는 것으로 받아들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과격하지 않게 부드럽게 치는 것으로만 이해하는 사람도 있다.
안 그래도 힘이 없는데 무슨 힘을 빼라고 하는가 반문하는 사람도 있다.
힘을 빼라는 정확한 의미는 근육이 경직되지 않게 하라는 뜻이다.
비거리는 헤드 스피드에 비례한다. 헤드 스피드를 빠르게 하려면 팔과 다리, 허리와 하체 등 몸의 회전이 유기적으로 빠르게 이뤄져야 한다.
스윙의 파워는 빠르면서도 리드미컬한 몸의 회전에서 발생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골퍼들은 힘찬 스윙을 만들기 위해 클럽을 힘주어 움켜쥐고 공을 강하게 가격하는 것으로 오해하고 있다.
클럽을 강하게 쥐고 공을 가격하려는 순간 몸의 각 부위는 경직을 피할 수 없다. 경직 현상은 손, 팔목, 팔꿈치, 어깨, 허리와 무릎과 허벅지 히프 등에 모두 나타난다.
경직은 필연적으로 몸통 회전을 방해한다. 윤활유를 바르지 않은 톱니바퀴처럼 뻑뻑해서 회전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없다. 자동차의 브레이크를 걸어둔 채 액셀 페달을 밟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스윙에 동원되는 몸의 각 부위가 경직되지 않은 상태의 힘일 때 스윙 파워를 최대화할 수 있다.
스윙의 핵심은 어떻게 경직을 피할 수 있는가다.
골프채와 공은 불가분의 관계다. 골프채는 공을 쳐내기 위해 필요하다. 공은 골프채와 접촉함으로써 생명을 얻는다. 당연히 골프채와 공을 따로 떼어놓아서는 존재할 수 없다.
그러나 골프채와 공이 지나치게 가까워서는 골프를 망친다.
공에 대한 집착은 반드시 경직을 초래한다. 경직은 몸의 회전을 방해해 원활한 스윙을 만들어내지 못한다.
공에 대한 집착의 뿌리는 공을 때려내겠다는 생각이다. 임팩트에 대한 오해가 공에 집착하게 만든다.
모든 미스 샷은 골프채를 강하게 움켜쥐고 힘으로 볼을 때리려고 할 때 발생한다.
볼을 힘껏 쳐내려니 자기도 모르게 골프채가 순간이나마 볼에 머문다. 순간적으로 지나가는 샷을 볼에 머물게 하려니 이상이 생길 수밖에 없다.
근육은 경직되고 몸의 축, 균형도 무너진다. 몸의 중심축이 전후좌우로 흔들리고 스윙이 매끄럽지 못하고 옹이가 생긴다.
귀가 닳도록 듣는 ‘힘을 빼라’ ‘때리지 말고 지나가라’ ‘스윙궤도로 쳐라’ ‘일필휘지로 휘둘러라’는 말은 모두 골프채를 볼에 집착시키지 말라는 뜻의 여러 가지 표현일 뿐이다.
미국의 레슨프로들이 프로 지망생들에게 ‘No ball method’라고 해서 앞에 공이 없다고 생각하고 스윙하라고 가르치는 것도 공에 대한 집착을 차단하기 위한 방법이다.
양발 사이에 놓인 공은 단지 헤드가 지나갈 자리와 방향을 가리킬 뿐이다. 공을 때려내는 것이 아니라 일필휘지로 휘둘러지는 스윙에 공이 맞아나가는 것이다.
어디 하나 걸림 없는 원만한 타원형을 그릴 수 있는 스윙이라면 골프채가 볼에 머물 틈이 없다. 바람결과 함께 스쳐 지나갈 뿐이다. 마치 인파 속을 헤치고 지나갈 때 소매를 스치고 어깨가 부딪히지만 머물지 않듯, 산골짜기를 흐르는 바람이 숲속을 지나가지만 숲에 머물지 않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