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민준의 골프세상] ‘말문이 열쇠다’…말 빗장을 열어야 세계가 보인다

▲PGA 투어에서 소통을 잘하는 선수로 알려진 리키 파울러와 필 미켈슨. ⓒAFPBBNews = News1

‘웅변은 은이고 침묵은 금이다(Speech is dilver, silence is gold)’
영국의 역사학자 토마스 칼라일(Thomas Carlyle, 1795~1881)이 한 말로 전해지지만 고래로부터 침묵은 늘 웅변보다 높은 덕목으로 인식되어 왔다. 역사의 물길을 돌리는 데 웅변이 지대한 역할을 했음에도 침묵이 더 고귀한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은 침묵의 폭넓은 유용성 때문이 아닐까.

‘침묵은 어리석은 사람의 지혜이며 현명한 사람의 미덕이다’라는 말이 암시하듯, 침묵은 자신의 무식이나 무지를 숨길 수 있다. 동시에 함부로 입을 열지 않음으로써 적을 만들지 않을 수 있고 화를 피할 수 있다.
다변 혹은 수다 때문에 얻기 쉬운 부정적 이미지, 이를 테면 생각의 가벼움, 신뢰의 결여, 주체성 결여 등의 낙인이 찍히는 것도 피할 수 있다.

이렇게 보면 ‘침묵은 금’이라는 명제는 개인 처세술의 시각에서 통하는 것이지 역사 발전에는 아무런 도움을 주지 않는다.
특히 요즘 같은 정보화시대에는 침묵은 결코 도움을 주지 못한다. 끊임없이 자신을 널리 알리고 필요한 정보를 수집하지 않고선 삶 자체를 유지할 수 없다.
주변과 어떻게 친밀감을 주며 원활한 교류를 할 수 있느냐가 삶의 질을 결정하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야만 사회로부터 고립되지 않으면서 스스로 스트레스 받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삶을 누릴 수 있다.

프로골퍼라고 예외일 수 없다. 아무리 기량이 뛰어나더라도 기량만으로는 스타가 될 수 없다. 골프와 연관된 다양한 분야와 원활한 교류를 하며 원만하고도 유쾌한 관계를 구축해야 한다. 특히 인기 연예인과 다름없는 역할을 요구받는 스포츠스타에게 커뮤니케이션 능력은 필수적이다.
스포츠스타에게 과묵하다거나 비사교적이라는 것은 덕목이 아니다. 말을 잘 못한다는 것 역시 양해사항이 아니다.

말은 나와 남을 연결하는 가교다. 거미의 세계가 거미줄 위에 존재하듯 나의 세계 역시 남과 연결된 관계망 위에 만들어진다.
‘발이 넓다’ ‘사교성이 뛰어나다’ ‘사람이 좋다’ ‘친구가 많다’ 등등 성공한 사람들에게 따라붙는 공통적인 평가도 결국 내가 뱉어낸 말이 만들어내는 것이다.

내 입에서 나온 말 한마디는 타인에게 보내는 나의 고유 신호다. 자신 이외의 사람과 말 섞음은 커뮤니케이션의 첫걸음이다. 나와 주변 사이에 wifi가 작동하는 것과 같다.

‘골프는 자신과의 싸움’이라고들 하지만 프로선수에게 자신 혼자서 하는 골프는 의미가 없다. 당당히 겨뤄야 할 동료 경쟁자가 있고 캐디가 있고, 수많은 갤러리, 자신을 따르는 팬이 있다. 그밖에 스윙코치, 대회 관계자, 미디어 관계자, 자신이 소속된 회사와 후원사 등 선수 개인과 원활한 교류를 필요로 하는 대상은 부지기수다.
말수가 적다거나 대화 자체를 거북해한다면 주변과 원활한 관계를 만들 수 없다. 이에 따른 단절감, 소외감, 심리적 불안, 자신감 결여 등의 피해는 고스란히 자신 몫이 되고 만다. 중요한 것은 이런 것들이 기량 발휘에 심대한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다.

주변과의 적절한 말 섞음은 나의 존재감을 심어주는 지름길이다. 다변 또는 수다가 아니라면 적절한 대화와 감정의 교류는 상상을 뛰어넘는 플러스 효과를 발휘한다.
실제로 프로세계에서 승수를 늘려가는 선수들의 면면을 보면 수긍이 갈 것이다. 동반자와도 별 대화를 나누지 않고, 자신 혹은 동반자의 좋은 플레이에도 무덤덤하게 반응하고, 달려드는 펜을 달가워하지 않고, 미디어의 접근에 겁을 먹는 선수들이 뛰어난 기량에도 불구하고 기대한 성적을 내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반면 주변과 잘 어울리며 서로에게 상승효과를 주는 대화를 나누고, 경기를 즐길 줄 아는 선수들은 슬럼프를 슬기롭게 극복하며 롱런한다.
예외가 없지 않겠지만 주변과 말문을 트고 세상을 향해 말 빗장을 열어젖히는 것이야말로 프로골퍼들에게 절실하지 않을까.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의견으로 골프한국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골프한국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길 원하시는 분은 이메일(news@golfhankook.com)로 문의 바랍니다. /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